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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힘

by neofluctus 2023. 9. 6.

현재, 한국사회는 해방 이후 한국사회가 성취한 발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얼마나, 기적적이고 극적인 敍事가 한반도에서 전개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은 아마도 좌파들이 이승만, 박정희 등을 우리 역사 속에서 지우고 싶어하는 사악邪惡함과 신자유주의라는 서구의 이념적 전횡專橫과 그것을 맹목적으로 수용한 한국 사회의 기득권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본다.

저자 조 스터드웰은 동아시아 국가들(일본, 한국, 대만, 그리고 중국)이 어떻게 경제발전에 성공했는지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한다.

1)과감한 토지개혁을 통해 노동 생산성을 높여 최소한의 산업화를 위한 자본축적을 했다.(이승만 정권 하에서 이승만과 조봉암 등에 의한 토지개혁)

2)정부 주도의 제조업 육성과 이들 幼稚유치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한 보호주의와 수출드라이브 경제정책을 펼친다.(박정희 정권의 수출중심의 제조업 육성 정책)

3)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주도의 금융정책,

이 세가지를 핵심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이 세가지 단계별 발전 과정을 거치지 못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실패의 사례로 예시된다.

경제학에서 이 보호주의 경제이론은 독일의 역사학파로 불리는 학자들이 처음 주장했다고 한다. .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19세기 독일의 역사학파라고 불리우는 일련의 지식인 그룹은  순수이론에 기반한 경제이론에 대해 반기를 들고 법과 경제이론에 있어서 경험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보호주의 경제이론을 주장한다. 이들 그룹의 대표적인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Friedrich List는 아담 스미스 또는 데이비드 리카르도와 같은 자유주의 경제이론에 반대한다. 그는 1825년~1832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이 1791년 미국의회에 제출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Report on the Subject of Manufactures’에서 보호주의 산업정책만이 미국의 유치infant幼稚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것 등에서 이 이론의 근거를 찾는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부계혈통을 갖고 서인도 제도에서 태어난 알렉산터 해밀턴은 영국이 식민지의 제조업 성장을 억압하기 위해 얼마나 극단적인 보호주의 정책을 실행했는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영국이 산업국가로 성장해왔던 영국경제의 발전모델을 신흥 국가의 산업정책으로 그대로 벤치마킹하려고 했다. 미국 정부가 영국의 영란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의 설립을 통해 대규모 자금의 투입이 가능한 근대적 제조업 중심의 공업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미국의 국가발전 전략이었다.

이 보호주의가 어떻게 유럽과 미국의 선진경제의 발전 과정에서 구현이 되었는지 그 일련의 과정을 정리해 보았다.

보호무역주의 정책의 전개

1) 16세기 영국의 튜더 왕조는 영국의 제조업 보호를 위해 양모의 수출과 모직물의 수입에 모두 관세를 매긴다. 17세기 프랑스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시행.

2) 미국은 20세기 초까지 여전히 남부와 북부의 산업정책이 충돌하였다. 면화와 같은 현금작물을 수출하고 공산품을 수입하는 전략을 선호하는 남부의 플란테이션 농업경제는 알렉산더 해밀턴과 같은 건국세력의 산업정책-제조업의 육성과 중앙은행의 설립 등을 통한 금융산업 육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를 했다. (아마도, 남북전쟁을 통해서 남부가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미국은 결국 현재의 라틴 아메리카와 같은 후진국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른다. 남미의 경제구조가 바로 미국 남부의 산업전략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3)프러시아는 18세기 프레데릭 대제 이래 이러한 보호주의를 채택, 독일이 통일국가를 이룬 뒤에도 정부의 개입 정책을 지속하게 된다.

4)메이지 일본은 바로 이 시기의 독일 산업정책을 그대도 수용한다.(1868년 메이지 유신, 1871년 독일 통일) 한국의 박정희 정권  역시 일본의 모델을 또 그대로 벤치 마킹한다.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최종 결론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독점monopoly 내지는 과두oligarchy기업의 육성이고 영국의 동인도 회사, 네델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그 典型전형이다.(한국의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 역시 같은 맥락)

통상적인 또는 주류 경제학 이론(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이러한 보호주의는 비용과 비효율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이는 일시적 비용일 뿐 장기적으로 자국의 산업정책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임이 입증된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산업의 구조 변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시킨 다음에 사회에 내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에 의한 산업 육성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양육비용, 교육비용 등 제반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시장에서 자유경쟁을 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공정한 경쟁이란 있을 수 없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뻔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4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3장에서는 한국의 사례가 중심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과 같이 패전 이전의 근대적 경제발전의 경험도 없고 인구도 일본의 1/3밖에 되지 않는 한국의 발전을 매우 신선한 경험적 사례로 예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중국의 발전과정을 동일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경로 속에서 분석하는데 중국은 유사하면서도 약간 다른 차이가 있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면,

중국의 경제발전 경로가 동아시아 3국과 다른 점

1.중국은 토지개혁 뒤에 1956년부터 농업의 집단체제로 전환, 개혁개방 이후에도 농지에 대한 국가 소유가 부정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까지 지방정부는 농민들에게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주용기의 개혁 정책 이후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농민들에게 보조금이 지급되면서 상황이 좋아지긴 했지만 지방정부는 상실된 재원 또는 세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처분권이 있는 토지를 대형 영농기업 또는 비농업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민간부분에 매각한다. 기본적으로 도농간의 격차가 해소되기 힘든 구조가 된다.(읽고 나서 정리를 하려니 이 부분은 조금 헤깔린다. 중국의 세금제도, 즉 재정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만 할 것 같다. 현재 중국의 지방 정부는 세금보다는 국유화된 토지를 팔아 지방 재정을 대부분 충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는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가 국민들 또는 민영기업에 세금을 걷어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2. 중국의 산업구조의 Up-stream 즉, 에너지, 철강, 통신, 금융 등은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점점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3. Manufacturing을 Mid-stream경제라고 규정하면서 중국의 중간 단계의 산업의 세가지 약점caveat을 지적한다.

1)중화인민공화국 국가발전화개혁위원회the National Development and Reform Commission가 한국의 경제기획원과 같은 역할을 하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제조업을 mid-stream sector로 구분하는 듯… )통신장비회사 화웨이 등의 예를 들면서 B to B 가 아닌 B to C의 경우 국영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디테일하게 맞출 수 없다고 주장. 

2)다시 화웨이를 예로 들면서 인민해방군 장교가 만든 회사이며 또 중국 정부와의 관계 때문에 선진국 시장의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산업에 진입하는데 상대 정부로부터의 승인 문제가 있어 그 외연을 넓히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3) 고속철도 건설의 예를 들면서 그렇게 짦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서 얼마나 선진 기술이 체화되었는지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발전과정은 이웃의 작은 나라들 특히,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발전경험을 깊이 연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하지만, 중국의 발전은 각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이 갖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제 때문에 중국의 발전이 세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전례가 없었던 것이라고 한다.  

Epilogue

세상에는 두 종류의 경제학이 존재한다. 유치산업을 육성, 보호해서 성장시킨 후 경쟁에 참여 시킬 수 있게 만드는 개발경제학과 성숙한 발전 단계에서의 자유주의 경제학이 그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가지 경제학이 단계별로 그 경계가 엄격히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접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고 규정짓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선진국들은 현재 ‘효율efficiency’를 중시하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이념적 독재를 휘두르고(the intellectual tyranny of neo-classical efficiencys’ economics) 있기 때문에 개발도상국가들은 거짓말을 잘해서 그 공세를 피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처세?라고 한다. 서방 세계의 이념적 전횡intellectual hegemon에 맞서 마하티르, 모택동, 수카르노가 했던 것처럼 삿대질을 하면서 말싸움을 벌이는 것은 바보스러운folly 짓이라고 말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IMF, World Bank 또는 미국 정부의 자유주의적 정책 권고 또는 압력에 맞서기 보다 ‘네!, 네!’하면서 제 갈 길을 조용히 갔던 것을 상반된 예시로 제시한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세계화 시대 급격한 성장한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게 잔뜩 부풀어 오른 근육을 뽐내며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글로벌화한 국제환경하에서 죽을 쑤며 와신상담臥薪嘗膽하던 일본이 새롭게 재편되는 국제질서 속에서 捲土重來를 꿈꾸며 재무장과 경제적 재부흥을 노리고 있다.

식민지를 경험하고 참혹한 내전을 거친 다음 한국 사회가 선택한 발전경로는 상당히 성공적인 것임을 입증해주는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2016년 프롬 출판사라고 하는 곳에서 ‘아시아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기는 했는데 현재는 절판 상태인 것으로 확인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