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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의 역사Capitalism in America

by neofluctus 2024. 2. 6.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1987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연준 의장을 했던 앨런 그린스펀이 공저자인 것으로 유명한 책이다. 그의 재임 시절 금융의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을 듣는 등 그에 대한 찬미가 연준이라는 성소에 가득 울려 퍼지기도 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 온 주범으로 몰리며 모든 비난의 화살이 그를 향하기도 했다. 그는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했을 것이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미국의 경제사의 다른 이름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알렉산더 해밀턴이다. JP 모건의 전기를 쓴 론 처노가 해밀턴에 대한 전기도 썼다. 이 책에서 알렉산더 해밀턴이라는 천재의 불꽃과 같은 삶을 잘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해밀턴은 오늘날 미국이 세계 패권 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미국 경제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이다. 그는 미국이 건국되던 시점 세계 최강국인 영국으로 부터 독립하려 하면서도 미국이라는 신생 국가의 발전 모델을 영국으로 상정했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 그리고 이같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幼稚(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보호하는 보호주의 무역 정책, 그리고 영국과 같이 강력한 국방력과 산업을 갖기 위해서는 자본의 집중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영란은행’과 같은 ‘중앙은행제도’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은 부침을 거듭하며 1820년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절 폐지되었다가 20세기 초에 다시 부활, 현재에 이르고 있다. 

대공황의 원인을 여전히 연준의 책임 탓으로 돌리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20세기 초 미국 연준은 21세기 처럼 거시경제학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고 그것이 대공황이라는 파국에 이르는 결정적이 이유였던 것으로 보인다. 돌이켜 보면 인간의 역사, 특히 그 고통스럽고 비참했던 사건들은 상당 부분 이와 같은 인간의 무지로 인한 시행착오에서 비롯되었던 것으로 이해해야만 할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가 얼마나 ‘경제’ 혹은 ‘돈 버는 것’ 중심의 사회인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합명회사’와 ‘인허회사’라는 두 가지 형태의 법인만이 존재했다. 전자는 '무한 책임' 후자는 '유한 책임'을 가졌지만 회사는 정부로 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권력과의 유착 또는 부정이 많았다. 그리고 미국의 대표 정부 역시 1630년 베이 컴퍼니라고 하는 인허회사에서 출발한다. 이 회사의 주주들이 유한 사업 조직원의 구성원에서 공공 정부의 대표들로 탈바꿈을 한 것이다. 미국 연방 정부의 기원은 이와 같은 기업 조직이었다.

오늘날과 같은 주식회사가 출현할 수 있었던 기업조직의 혁명은 ‘철도’와 함께 시작되었다. 철도 산업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큰 자본 산업이었기 때문에 유한책임에 기초한 혁신적인 기업조직으로서 ‘주식회사’가 지배적인 기업 형태로 자리잡게 된다. 또,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던 철도회사들에 대한 합리적 경영의 필요성에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금융산업이 등장하게 된다. 또, 금융산업의 등장은 카네기의 철강 산업, 록펠러의 석유 트러스트와 같은 산업의 독점을 가져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점은 오늘날 그리고 당대에도 역시 엄청난 비난을 받는 자본주의 혹은 대기업의 악질적 행태로 비난을 받지만 19세기 후반 등장한 독점은 자본주의의 성격을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야 할 만큼 현대적 발전 현상이라고 지적한다.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독점의 폐해만큼이나 가격의 하락 등을 통해 인류의 삶에 공헌 했다고 한다. 저자들은 미국 자본주의를 이끈 기업가들은 그들이 미국 경제에 공헌한 창조성과 혁신 만큼이나 인간적 결함이 있었던 인물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평가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같이 인간의 경제 활동을 윤리적 도덕적 법정에서 해방시킨 인물로 아담 스미스를 摘示(적시)한다. 인간의 경제적 욕망을 긍정하고 그 욕망을 통해 사회의 부와 풍요가 가능하다는 생각은 동서를 불문하고 그렇게 오래된 아이디어가 아닌 것이다. 조선 사회의 주자학만큼이나 서양 중세 사회와 기독교도 영리의 추구를 죄악시 했던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 소외된 이들에 의해 건국된 미국은 이와 같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식하고 실현시키기에 아주 좋은 토양을 가진 사회였다.

자본에 대한 철도회사의 게걸스러운 욕구가 현대의 뉴욕증권거래소를 만드는 데 다른 무엇보다 큰 역할을 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1817년에 세워졌지만 19세기 중반에 철도 붐이 일어나기 전에는 활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다우지수에는 증기선 운항사인 Pacific Mail과 전신회사 Western Union뿐 아니라 10개 이상의 철도회사가 포함되었다. 철도 시대 이전에는 증권거래소가 바쁜 때에도 한 주에 거래되는 주식 수가 1천 주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1850년대에는 한 주에 100만 주가 거래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다. 철도회사 주식이 전체 발행 주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98년 60%였다가 1914년에는 40%가 되었다. 또한 월가는 철도 채권 시장의 중심지가 되었다. 1913년 철도 채권의 가치는 112억 달러인 반면, 일반 주식의 가치는 72억 달러였다.

철도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낳았다. Commercial And Financial Chronicle이 1865년 창간했고, 이 신문은 다른 무엇보다 철도를 자세히 다루었다. Henry Varnum Poor는 신용평가사 Standard & Poors에 자신의 이름을 넣기 전에 American Railroad Journal에서 편집자로 일했다. 수준 높은 투자자는 오늘날의 투자자가 주요 산업주를 바구니로 사듯 철도주를 market basket로 사서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을 익혔다. 

또, 미국의 통화제도로서 금,은본위제의 역사도 개관할 수 있다. 케인즈가 금, 은과 같은 실물 화폐를 ‘야만적 유물’이라 주장했던 것이 20세기 초의 일이고 또 1970년대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며 완전 신용에 기초한 기축 통화 제도가 실시되기 까지 거의 반 세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에 이와 같은 통화제도의 혁명적 변화가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세계 경제의 확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 세계 1차 대전 이후 영국의 재무장관이었던 처칠의 잘못된 '환율 정책'이 2차 대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환율과 같은 국제 금융의 중요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미국의 뉴딜 체제는 세계 1차 대전을 통한 전시 경제 체제를 경험하면서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국가가 경제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행태와 동시에 미국 연방 정부의 힘이 놀랍도록 강해지는 것은 20세기 전반기의 양차 세계대전에서 기원한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여기서는 스태그네이션이라 표현)은 베트남 전쟁과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의 ‘위대한 사회’건설과 같은 복지 재원의 남발이 그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할 것 같다.

대공황과 마찬가지로 2008년 금융위기 또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가 원인이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여러 곳에서 미국의 실패를 그들의 자만과 교만에서 찾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앨런 그린스펀은 그의 재임기간 내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것은 과거와 같은 파행 또는 재난이 그가 살고 있던 시대에는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란 착각과 믿음에 어느 정도 넘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는 미국 경제가 성공적일 수 있었던 원인으로서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정신을 말한다. 19세기 후반의 독점과 1970년대 그리고 현재 까지 이르는 IT산업 혁명과 독점 기업들을 그와 같은 맥락에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생산성과 혁신은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과도한 복지 지출 역시 미국 경제의 발전을 지체 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엄청난 재원을 의료보험에 쏟아 붓고 있지만 동시에 중산층은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할 정도 비효율적이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이 어디서 낭비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이 망할 것이라는 소문은 예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실제 미국 사회는 많은 문제와 모순을 갖고 있는 사회라고 단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밖에 다른 사회는 저 마다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그 전망은 미국보다 암울하다. 달러 패권은 유지될 것처럼 보이며 미국의 IT독점 기업들은 여전히 세계를 지배할 것처럼 보인다. 또한 중국의 부자들은 호시탐탐 미국에서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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