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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의 역사I, II

by neofluctus 2024. 1. 30.

이산 출판사의 2015년 개정판을 읽었다.

앤드류 고든의 “현대 일본의 역사”는 도쿠가와 막부에서 부터 시작해 21세기, 최근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전에 읽었던 마리우스 B 잰슨의 “현대 일본을 찾아서”와 패전 이후의 일본 사회의 성격을 분석한 존 W 다우어의 “Embracing the Defeat”과 중복되는 부분도 있어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장점은 21세기 최근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 오늘의 일본을 이해하는데 훨씬 더 유용한 관점을 제공해 준다는데 있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야구가 1890년대 부터 인기를 끌고 있었고 戰前(전전)에 이미 프로 야구단이 있었다던가 가미카제 특공대원이 출격을 기다리며 “미국과 싸우는 녀석들이 재즈를 듣고 있네, 재즈가 그리워서라도 빨리 평화가 오면 좋겠다.”라는 시를 썼다고 한다. 일본의 대중문화가 미군정 시절 이전, 戰前(전전)시기부터 미국문화를 상당한 정도로 수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또, 자민당의 독주가 1955년부터 시작되었고 그것은 사회당 계열의 좌파의 모험주의 때문에 민심이 돌아선 결과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메이지 유신 이래 상당히 탄탄한 기반 위에서 착실히 성장해 왔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하지만, 일본이 세계적 리더로서 UN의 상임 이사국 자리를 노리면서도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 등을 포함한 ‘과거사 문제’등에 대해서 퇴행적이며 옹졸한 태도를 보이면서 주변국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던 這間(저간)의 사정도 시계열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제의 강점기와 내전 등을 거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피해의식 또는 트라우마 만큼이나 후발 자본주의 국가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이 갖고 있었던 필사적인 두려움과 그로 인한 팽창 동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와 공감을 가져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어떤 국가는 포식자가 되고 또 어떤 국가는 먹잇감이 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19세기의 역사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21세기의 세계화보다 훨씬 더 계급간, 국가간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약육강식이 노골화된 시기였던 것이다. 

일본은 러일전쟁 이후 영미의 견제를 계속 받게 된다. 특히, 1차 대전 이후에도 승전국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미국의 차별을 받게 된다. 이에 내각과 육군은 신중했지만 관동군은 일본이 중국에 대한 배타적인 이해가 있다고 믿고 있었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독단적으로 중일전쟁을 시작한 것이었다. 즉, 중국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이해의 충돌이 중일전쟁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마리우스 잰슨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일본의 ‘천주교’탄압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지 않다. 스페인의 필리핀 총독은 일본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처럼 무력으로 정복할 수 없다는 정세 판단과 함께 가톨릭의 세례를 받은 영주들을 포섭, 반란, 쿠데타 등을 통해 유럽의 세력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전략 등의 내용을 담은 서간을 본국에 보내게 되는 데 이런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대적인 탄압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기독교는 일본에 더 이상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미군정 하에서 재벌 해체의 노력은 실패로 끝난다. 개인 소유의 지주회사는 해체 되었지만 재벌계의 기업군은 해체된 연합체의 멤버였던 은행을 중심으로 해서 그룹으로서 재결성하게 되었다. 또한 이들 옛 재벌 기업군은 국가관료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렇게해서 그후 수십년간 존속하게되는 은행 중심의 자본주의와 관료의 결제활동 지도라는 하나의 패턴이 정착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언급한 내용은 아니지만 미국은 이와 같은 은행 중심의 일본 자본주의의 약점을 파악하고 바젤규제를 들고 나와 일본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것이 일부 일본 사람들의 주장인 것처럼 보인다. 21세기 미국과 중국이 치고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첨단산업을 이끄는 벤쳐 기업 등에 대한 투자였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의 벤쳐 캐피탈과 같은 특수 금융기관이 아니라 전통적인 메가 상업은행에서 기업을 육성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현재 그 은행들이 해체되고 난 뒤 일본이 정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자 합의'이후 일본 금융당국의 계속적인 정책실패는 너무나 분명한 팩트인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세계 최대 순채무국이다. 즉, 돈이 아주 많다는 얘기다. 일본 경제의 정체가 금융시스템의 병목현상 때문이라고 한다면 이 문제는 조만간 해결 가능한 문제일 것이라고 본다. 일본을 과소 평가하는 행태는 항상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일본으로부터 40억 달러의 원조를 받았다. 1965년의 ‘한일협정’으로 더 이상의 배상 청구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명분으로 받아낸 것인지 미스테리일 수 밖에 없다. 아무튼, 88올림픽 이후 한국 경제가 급격한 성장을 하는데 이 돈이 중요한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