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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The Pacific

by neofluctus 2023. 8. 13.

 

 

태평양 이야기 The Pacific

-Sillicon Chips and Surfboard, Coral Reefs and Atom Bombs, Brutal Dictators and Fading Empires.

 

미국에서 2015년 10월에 출판되고 한국에서는 2017년 9월에 ‘태평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1세기북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책의 副題(부제)와 같은 내용으로 태평양과 관계된 10가지 주제로 구성되었다.

 

태평양은 한반도에 가장 인접한 대양이기 때문에 친숙하다는 선입견?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바다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대단히 일천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그 무지에 대해 약간의 자책도 하게 되었다. 아마존을 서핑하다 우연히 사이먼 윈체스터라는 작가를 만났는데 태평양이라는 주제 외에도 관심이 가는 다양한 내용의 책을 썼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러 책들이 있었지만 우선 ‘태평양’을 Pick!! 이 사람은 영국계 미국인인데 옥스포드 학부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우간다 구리 광산에서 일하다 작가로 전업轉業하기 위해 가디언 지 등에서 기자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다. 

 

아마도 이런 종류의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앵글로 색슨 제국 사람이 아니고서는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닐 것이다.

 

내용 중 반 이상의 주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흥미진진興味津津하게 읽었던 것 같다. 특히 엘니뇨와 같은 기상현상에 대해서 즉, 지구의 날씨가 동태평양의 수온 변화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정보는 대단한 흡입력으로 나의 집중력을 빨아 들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까지 환경론자들의 주장은 탄소 원리주의자Carbon Fundamentalist, 탄소 탈레반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고 그 중 목소리가 가장 큰 세력은 대개 유럽의 백인들이라 이들이 환경을 구실로 21세기 헤게몬과 신제국주의를 꿈꾸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곤 했었다.

 

첫째 장은 ‘비키니 섬’하면 쉽게 연상되는 태평양의 작은 섬들에서의 핵실험으로 이야기를 시작 한다. 언뜻 최근에 우리 사회에 ‘핵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져 가고 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인류 최초로 원자폭탄이 실전에 사용되고 전쟁이 종결된 곳도 태평양에 연해 있는 동아시아의 한 국가였고 현재 핵폭탄과 같은 군비확장을 가장 활발한 곳도 역시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약 8년 전에 출간된 책이 갖는 현재적 시의성時宜性은 여전한 도입부였다.

 

둘째 장은 일본 Sony의 창업자 이부카에 대한 서사敍事다. 당연히 그 한 구성이 되어야 할 나라의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플라자 합의'이후 지난 수십년을 생각하면 다소 식상하게 느껴졌다. 

 

셋째, 서핑Surfing은 원래 하와이 왕족들이 즐기던 레저였고 19세기의 영국의 엘리트들이 은밀히 자기들만의 귀족 스포츠로 즐겼다고 한다. 20세기 들어 영국, 혹은 미국의 언론에서 언급이 되고 50년대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지며 이것이 뉴욕 타임즈의 어느 영화평론가에 의해서 기사화 되면서 특히 앵글로 색슨 제국의 대중적 스포츠가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쓰고 있다.

 

넷째는 북한이 주인공이다. 1967년 부에블로 호 납치 사건, 김신조 청와대 기습사건,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그리고 전두환 시절 미얀마 양곤에서의 테러 등에 대해서 쓰고 있다.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한국’이란 표제의 책도 쓰고 실제로 북한을 여행하기도 한 이력을 갖고 있다. 북한 사회의 압제와 폭력을 보면서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성격, 어떤 종류의 민족일까 하는 상념에 잠기게 된다.

 

다섯 번째는 수백년에 걸친 베트남의 항쟁과 독립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쓰고 있다. 베트남은 동아시아 전통 사회에서는 ‘안남安南’이라고 알려진 나라였고 조선사회와 비슷하게 유교 문화의 영향 아래, 남다른 소중화小中華의식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나라였다. 아시아 국가 중 그 누구보다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로 인한 고통이 가장 컸던 나라였다.

 

여섯째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기상현상에 대해서 쓰고 있다. 엘니뇨, 라니나 뿐만 아니라 ENSO, Hadley Cell, Ferrel Cell, Polar Cell 등 다양한 용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사막이 왜 전세계적으로 거의 같은 위도에서만 형성이 되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지구의 날씨는 太陽(태양), 大洋(대양), 지구의 自轉(자전), 그리고 지구축軸의 경사傾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1/3을 차지하고 있으며 육지보다 태양 에너지를 더 오래 보관하고 그것이 대기의 대류와 상호 작용하면서 Walker’s Circulation과 같이 지구 한쪽의 기상현상은 다른 곳에서는 상쇄되는 대칭을 이루면서 지구환경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일곱 번째는 호주. 1972년에 호주 노동당 출신으로 3년간 수상으로 재직했던 Gough Whilam의 개혁 정책과 그 좌절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Gough Whilam은 수상에 취임하자 마자 베트남에서의 철군, 여성에 대한 남성과의 동일 임금 적용, 영연방으로부터의 탈퇴, 호주 원주민Aborigin에 대한 권리 회복 등 상당히 급진적인 정책을 시행하지만 영국과 보수 세력의 견제에 좌절하게 된다. 영국과 한 통속이었던 보수 세력은 노동당 내각의 뇌물 스캔들을 빌미로 호주 국민들이 뽑은 의회 의원에 의해 선출된 수상을 영국이 임명한 ‘총독’이 파면? 또는 해임하며 실각한다. 이후 호주의 정치 시스템은 연방 정부의 힘이 더욱 강화되는 방향으로 중앙집권화가 가속된다 . 최근 호주에서 노동당이 집권하게 된 배경의 일단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호주라는 나라의 정치적 지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이 내용이 더욱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 밖에 시드니의 오페란 하우스 건축에 관한 사연도 재미있게 읽었다.  

 

여덟 번 째는 동태평양해령(the East Pacifif Rise東太平洋海嶺)! 바닷 속의 지형을 탐색하면서 이와 같은 해령海嶺(일종의 바닷 속 산맥과 같은 지형 그렇지만 산맥은 아니다)이 원래는 하나였던 초대륙이 점차 분리되어 현재와 같은 지구로 된 증거라는 1950년대 이후의 해저과학 연구를 소개한다. 지구는 오렌지나 야구공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수십개의 판plate이 뜨거운 마그마가 흐르는 맨틀 위에 떠서 불안정하게 연결되어 있는 구조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불과 70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홉번째 산호초와 환경 오염에 대해서…

 

열번 째는 아마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국의 부상과 태평양에서 미중의 패권경쟁을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태평양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저자가 책을 쓰던 시점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도 아마 가장 뜨거운 주제는 중국의 부상과 동아시아 전쟁의 현실화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 한국 사회도 어느새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에필로그: 태평양을 상대로 미중간의 경쟁은 치열하다. 사이먼 윈체스터는 서구 사회가 다른 문화, 문명을 존중하고 그 문화에 대한 효용성을 인정하고 그곳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서구가 제시하는 근대Modernity의 효용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타 문명, 문화에 대한 신중하고 겸손한 태도는 대단히 현명한 접근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서구사회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들의 패권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