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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의 지구과학(天變地異의 地球學)

by neofluctus 2023. 11. 5.

저자, 藤岡 換太郎칸타로 후지오카는 일본의 지구과학자다. 원제목은 ‘천변지이의 지구학(天變地異의 地球學)’이다. 한국에서는 天變地異(천변지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진과 같은 재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진을 비롯해, 태풍과 쓰나미 같은 다양한 재해가 지구의 그 어느 곳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강은 한국의 강들처럼 완만히 평화롭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폭포처럼 흘러 내린다. 때문에 농사를 짓기 위한 治水치수는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지배계급 사무라이들의 절체절명의 책임과 과제였다고 한다. 그들의 자연환경이 엄격했기 때문에 농사 타이밍을 놓치면 지뱨계급이 책임지는 인구의 대부분이 굶어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와 같은 자연적 환경이 현재, 일본인들의 국민성 및 사회구조를 만드는 데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번 '중국근대사'의 오토모토 타카시는 송대 이래 전근대 중국사회를 사대부와 서민계층의 이중구조 사회로 파악한다. 마찬가지로 '입문 주자학과 양명학'의 저자는 조선사회를 주자학을 신봉하는 양반 사대부 계급과 무속을 신앙하는 피지배 계급으로 양분되어 있었다고 포착한다. 반면, 일본의 전통사회는 천황도 かみ [神]카미, 일반 농민이 신봉하는 애니미즘도 かみ [神]카미 그래서 상하 구분없이 숭배하는 신들의 지위가 동등했다고 한다. 빈번하게 일본열도를 휩쓸고 지나가는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상하가 총력을 합쳐 재난을 극복해야만 했기 때문에 상하가 단결하는 사회적 전통이 만들어졌다는 유추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오토모토 타카시는 중국근대사에서 세 번의 한랭기를 언급하며 그 때마다 왕조교체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後漢末(후한말), 元明(원명)교체기, 明淸(명청)교체기가 그것이었다. 이와같이 기후변동과 같은 천재지변은 인간의 역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고 그 물줄기를 바꾸게 만든다.

 

최근에는 그 어느 때보다 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라고 하는 기후위기가 강조되는 시대다. 하지만, 그 주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지나치고 과도하게 느껴져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탄소 위기는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의 좌파들도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맹렬하게 주장해 왔다. 탄소의 배출을 제한한다면 산유국들과 제조업을 먹거리로 하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은 식량이면 식량, 에너지면 에너지 그리고 하이테크 테크놀로지, 금융 서비스 등 모든 패를 가지고 있으니 민주당과 공화당은 오락가락하며 이 패를 내밀었다 저 패를 내밀었다 할 수 있는 것 같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농작물과 같은 상품(commodities)의 時勢(시세)도 깊은 관계가 있다. 현상적으로 현재 지구의 異常(이상) 기후를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엘니뇨, 라니냐라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두가지 현상은 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의 변화로 발생하는 현상인데 전지구적 날씨 변화를惹起(야기)하며 농작물의 작황, 에너지 수요 등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해수면의 상승보다는 곡물 가격, 난방을 목적으로 하는 에너지 수요의 변화와 같은 경제의 변동성이 인간의 삶에 더 직접적이고 치명적이다. 

 

칸타로 후지오카의 이 책은 천변지이의 주기를 중심으로 짧은 주기부터 3억년이라는 장구한 시간의 매듭을 통해 지구의 천재지변을 소개한다.

 

지구의 나이는 46억년, 달의 나이는 45억년에 해당한다. 달의 출생은 화성만한 크기의 별이 지구에 부딪히면서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지구 주위를 떠돌다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태양계에서 달은 母天體(모천체)에 비해 비율상 가장 큰 위성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탄생이후 매년 3cm씩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해서 계산해 보니 달의 탄생 이후 13,500km나 멀어지게 되었다. 달에 의한 조수간만 뿐만 아니라 12시간씩 반복되는 규칙성 때문에 ‘게’들은 이 자연시계에 맞춰 한꺼번에 산란을 하는 신비를 연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지난 200만년 전 부터의 빙하기 사이클에 대해서 설명하는데 현재 시기는 10만년 주기의 빙하기 중 약 2만년 전부터 시작된 간빙기의 초기 국면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그와 같은 빙하기와 간빙기가 만들어지는 원인으로 세르비아 출신의 물리학자 밀란코비치의 歲差(세차)운동설이 가장 딱 들어 맞아 떨어지는 이론이라 소개된다. 예를 들면 케플러의 법칙은 태양을 중심으로 한 행성의 空轉(공전) 형태가 정확한 원형이 아니라 楕圓形(타원형)을 이룬다고 했다. 이와 같은 궤도를 그릴 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 양의 격차는 매우 커지고 그것이 기후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의 離隔(이격), 즉 지구의 自轉(자전)과 空轉(공전) 형태의 변화가 지구환경을 결정하는 전부가 아니다. 지각운동으로 인한 초대륙 곤다나와의 분열과 그로 인해 해류의 변화가 가져온 지구날씨의 변화를 심도 있게 설명한다. 특히, 3가지 사건이 지구의 기후를 크게 결정했는데

 

첫째는 남극해류의 환류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남극대륙으로부터 남미대륙과 호주가 떨어져 나가면서 남극대륙은 고립된다. 적도로부터의 해류가 남극대륙에 미치지 못해 남극 주위를 차가운 바닷물만이 계속 맴돌게 되고 평균 2400미터나 되는 얼음에 뒤덮인 동토대륙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黑潮흑조라고 표현하는 우리나라 동해로 흐르는 해류를 의미한다. 곤다나와로부터 떨어져 나와 밀고 올라온 호주 인도네시아 등의 플

地殼板(지각판;plate)가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면서 西進(서진)하던 적도 일부 해류가 우리나라의 동해쪽으로 환류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의 기후를 사람이 살기 적당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셋째는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이다. 이것으로 인해 동아시아는 겨울에는 북서풍, 여름에는 남동풍이 부는 환경이 되었고 여름철 장마와 같은 몬순 기후를 형성해 벼농사가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또 이와 같이 지구환경은 역사적으로 지각운동과 같은 내부적 요인태양,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운석충돌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상호작용하면서 변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마지막 장에서는 저자의 말을 빌자면 공상지구과학이라고 하면서 현재 우리 태양계는 우리 은하계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고 은하계의 핵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공전주기는 2억 4천만년 가량이 되는 데 그것은 우리가 지구가 끊임없이 새로운 우주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은하의 핵을 태양계가 공전하면서 맞딱드리는 변수들이 지구의 환경을 결정한다는 가설을 소개하기도 한다.

 

21세기는 지배권력이 디지털 전체주의를 企圖(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게 만들 때가 있다. 특히, 지난 번 팬데믹 위기 때는 심각한 디지털 통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과학자들은 중세의 가톨릭 교회의 도그마를 설교하고 강요하는 司祭(사제)들처럼 행세하는 듯 했다. 무지한 대중은 항상 지배계급의 희생양이 되기 쉽다. 시민과 대중을 나누는 기준은 覺醒(각성;woke)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최근 서구 좌파에 의해서 그 覺醒(각성;woke)의 의미는 제 입맛대로 해석이 된다.

 

이 두껍지 않은 ‘과학책’ 한 권이 여기 迷夢(미몽) 속에 방황하는 고립된 한 개인 대중을 市民(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救援(구원)의 길잡이가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