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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by neofluctus 2023. 10. 28.

지금까지 접해왔던 다양한 근대화론Modernization 중 가장 탁월하고 가장 설득력있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Contingency, Inclusive, Extractive, Institutions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Inclusive Institution이란 곧 서구적 민주주의, 흔히 자유민주주의라고 칭해지는 정치, 경제, 사회 제도를 말한다. 반면, 그와 상극에 서 있는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으로서 Extractive Institution이란 소수의 지배계급, 레닌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줌 밖에 되지 않는 무리들이 그 국가의 모든 자원을 독점하면서 인민들을 수탈하는 구조 그래서 모두가 가난해지는 시스템을 말한다. 

세계의 빈부격차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이론과 주장들이 있어 왔다. '총, 균, 쇠'의 제라드 다이아몬드와 같이 지리적 조건이라는 Contingency가 핵심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막스베버와 같이 기독교의 노동윤리와 같은 문화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사람, 또 칼 마르크스처럼 사회경제사적인 요인들이 역사를 결정한다는 역사결정론자들(칼 마르크스는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 공산주의로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도식화 했고 중국, 조선과 같이 봉건적 사회질서가 결여된 아시아 국가는 결코 근대화를 이룰 수 없다고 결론짓고 아시아의 후진성을 그렇게 설명했다.)도 있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이론이 서구의 산업혁명과 궤를 같이 하며 18~19세기에 출현했기 때문에 진화론에 기반한 인종적 편견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만이 그와 같은 우월감을 배제하고 단순히 유라시아 대륙의 지리적 조건Contingency이 서구사회에 幸運행운을 제공해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분석을 제시하는 유일한 사례처럼 보인다. 아마도 대개의 서구의 발전이론들에 깊숙히 내재하는 비서구 사회에 대한 멸시가 그의 주장에는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론의 정합성 여부와 관계 없이 그도 예외없이 동아시아 사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생각된다. 특히 2017년 개정판에서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고대사에 대한 서술은 특히 그의 그런 무지를 아주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고대사회의 한반도와의 연관성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역시 동아시아 사회에 대한 오해는 여전하다. 특히, 중국사회의 후진성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몽골제국이 세운 원나라의 국제성과 상업, 금융의 발달에 대한 소개는 생략한 채 바로 명청시대만을 거론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소개한 오카모토 다카시의 중국근대사를 참고하면 더 풍부하고 신선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근데, 아마도 이 부분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론에 정합한 사례를 열거하기 위해서 간과한 사례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아무튼, 가난한 국가는 왜 가난한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엘리트가 그들의 독적점 지배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출현할 수 있는 배경이 될만한 사회적 변화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사회적 변화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식민지는 제국주의라고 하는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지배 계급의 탐욕 때문이고 지배 계급이 자신들의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복리보다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독재를 하고 국가를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즉, 지배계급만을 위한 제도Constitution를 유지,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원래 아메리카 신대륙은 스페인과 포트투갈이 주도권을 장악했고 그들이 중남미로 진출한 배경은 그 지역 원주민들의 인구밀도가 높아 수탈할 자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이베리아 반도 백인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착취, 수탈적 사회경제 시스템은 서유럽 사회와 같은 근대사회로 이행할 수 없는 역사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桎梏질곡으로 된다. 

 

또 앞서 소개한 ‘아시아의 힘’에서 토지개혁이 모든 결과를 다르게 하는 출발의 原点원점이 되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 두 책이 거의 같은 맥락에서 근대화를 설명하고 있다고 보인다.

 

반면, 북아메리카에서도 동인도회사와 같은 버지니아 회사를 중심으로 스페인이 중남미에 이식한 것과 같은 식민지 수탈구조를 만들려 했으나 원주민 노동력의 부족과 대신 영국에서 건너온 이민들에게 원주민들에게 강제했던 것과 같은 수탈구조를 이식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그 타협책으로서 제시한 것이 미국적 사회경제적 질서를 만든 배경이라고 한다. 이것 역시 우연한 조건의 산물이었다. 캐나다,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가 모두 같은 맥락의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했다.

앞선 책 오카모토 타카시의 중국근대사를 읽다보면 중국사회가 발전하게 된 특수성을 중국대륙 특히, 황하와 장강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중국고대문명의 始源(시원)은 황하다. 하지만, 황하는 쉽게 다스려지지 않는 강이었다. 때문에 치수, 즉 관개를 위해 인민들로부터 노동력을 징발하는 것이 국가 기능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대단히 중앙집권적인 전 근대국가가 탄생한 배경이 된다. 창조적 파괴로 메워지지 않는 이와 같은 역사적 조건들에 대해서는 다시 말해 서구사회와 동아시아 사회의 역사적 발전과정을 다르게 가져온 요인들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관찰되고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무튼, 서유럽 특히 영국은 영국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보듯 동아시아 사회와 사회경제적 기반이 달랐다. 노동 집약적으로 사회를 조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중앙으로 집중된 권력의 힘은 항상 느슨했고 봉건제, 상업도시의 자치가 가능한 조건Contingencies들이 명예혁명과 같은 민주주의적 사회질서로 나아갈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이 서유럽 사회 전체를, 메이지 유신이 일본열도를 이런 경로로 이끌었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는 이승만과 박정희가 이와 같은 인물들이 새롭게 형성된 동아시아의 국제질서 위에서 위로부터의 개혁을 수행했다고 하는 이론을 전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 내부에서는 좌파 광신도들이 너무 많아 이런 시각과 통찰을 견지해내지 못하지만 누군가 재능있는 연구자들이 이런 부분의 연구를 심도있게 전개해 전파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로부터의 노예무역은 신대륙의 수요 못지 않게 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프리카 내부로부터의 공급자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유사한 예로 중국은 아편무역의 비도덕성을 말하지만 실제 아편의 내부 유통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중국의 강남 상인들이었다. 소위 幇방으로 대표되는 장강 하류 유역의 상인들이 아편딜러들이었고 이들은 아편전쟁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될 때까지 이 돈되는 비지니스를 멈추지 않았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사하라 이남의 쿠데타 벨트라고도 일컬어지는 지역이 18~19세기 대표적인 노예무역의 공급처였다. 그 비극적인 참상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그 수많은 아프리카 국가들…. 그리고 바로 우리는 휴전선 바로 위에 이와 유사한 2천만 동포, 동족들이 김씨 왕조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의 주장(제도의 차이)이 가장 예리하게 들어맞는 공간이 휴전선을 경계로 한 한반도의 남과 북일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Contingency’란 단어에 항상 주목하게 된다. 나는 역사의 발전과정이 좌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경제적 요인으로만 결정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Contingency, 즉 우연한 조건들의 매칭matching이 역사의 행운과 비극을 가르는데 훨씬 더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그것은 孟子맹자의 ‘天命思想(천명사상)’에도 脈맥이 닿아 있다. 근대화Modernization의 역사는 서구사회에 천명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는 그 命이 동아시아로 이전할 때까지 특히 그 빛이 한반도를 비출 때까지 서구의 가치와 제도를 우리 토양에 끊임없이 이식하고 개량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切磋琢磨(절차탁마)의 노력으로….

이 책은 그 우연성, 천명Contingency이 아니라 제도Institution의 선택이 결정적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