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史記(사기) 列傳(열전) 1

by neofluctus 2024. 3. 19.

秦始皇(진시황)

신동준 선생 번역의 사기를 읽을 때 그의 간략한 해제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참 흥미롭다. 그 해석의 視點(시점)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다가 오기 때문이다.

그는 맹자가 공자의 가르침을 왜곡했다고 말한다. 공자는 仁義(인의)를 말하지 않았는 데 묵자와 맹자는 거의 서른 번 그 개념을 반복했다고 한다. 맹자는 공자의 적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묵자의 계승이라는 것이 번역자의 주장이다. 맹자는 묵자의 겸애설처럼 인간 본성의 ‘성선설’을 주장했다. 맹자의 주장은 수양과 교화를 통해 모든 인간이 궁극적으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성리학의 논리에 닿는다. 그리고 그것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계급 해방, 인간 해방이 이루질 수 있다는 현대 공산주의 이론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극단이 스탈린의 숙청, 킬링 필드, 북한 왕조 지배체제로 확장되었다고 확대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김일성 일가는 원래 개신교 집안이었고 김일성의 신격화는 기독교에서 예수의 그것을 그대로 빼다 박은 모사품이기도 하다. 신동준 선생은 맹자와 묵자를 한 통속으로 바라 본다. 주자학과 공산주의 이상론도 한 통속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반면, 순자는 공자의 禮(예)를 있는 그대로 해석해 인간은 ‘禮(예)’를 통해 교화하고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악설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본성 그대로를 인정한 순자의 禮治예치는 자연스럽게 법가 사상으로 연결된다. 순자 門下(문하)의 한비자와 이사가 법가를 이룬 것은 인간 통찰에 대한 자연스런 귀결이다. 秦(진)나라가 제국을 통일하는 데 商鞅상앙과 李斯이사에 의한 법치가 결정적이었다고 하는 史實(사실)에 대해 거의 이설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돌이켜 보면 공자가 말하는 ‘예’라는 개념은 인간의 본성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대단히 예의바른? 표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예의란 일단 로 한다는 의미고 말로 안되면 대로 한다는 주장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의 적통은 맹자가 아니라 순자라는 것이 신동준 선생의 주장이다.

조선 사회는 주자학을 맹신하는 이데올로기 국가였다. 조선은 소중화 의식에 취해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과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를 파악할 능력조차 없었다. 병인양요를 경험하고 서양 오랑캐의 침략을 경계하라는 식의 통지를 친절하게? 일본에 전했다고 한다. 정말 코메디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그러니 외세의 침략에 대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서양 제국주의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일본 제국주의와 조선의 식민지를 말할 수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이라는 결론에 이르지만,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史實(사실)과 대치되는 민족주의적 감정이 愚衆우중정치를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에게는 대단히 매력적인 먹잇감이 아닐 수 없다.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저개발 국가들이 근대화와 산업화를 하지 못하는 이유의 대부분은 지배계급이 산업화, 근대화로 인한 경쟁에 의해 자신들의 독점적 배타적 지배권력이 흔들리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 발전을 방해하거나 지체시키는 측면도 크다.

반일의 반사이익의 최대 수혜자는 빨치산 항일운동에서 자신의 정통성을 구하는 북조선 김씨 일가임에 틀림없다. 또한 반제반봉건의 기치를 내걸고 중화 인민공화국을 건국한 중국 공산당이 그 다음 수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 그들과 결탁해 유사한 권력의 독점을 호시탐탐 노리는 정치 세력의 발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기 열전 1권에는 縱橫家(종횡가)들의 이야기가 다수를 차지한다. 秦(진)나라를 중심으로 한 連橫策연횡책과 나머지 국가들이 진을 공격하기 위한 合從策합종책이 전국시대가 끝나고 진나라가 제국을 통일하기까지 약 100년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 된다. 진나라는 무력을 비롯해 종합 국력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였다. 진나라는 무력에 의한 강점과 연횡책이라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야금 야금 전국을 통일해 중국 최초의 대제국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약융강식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국 포탄 등의 지원은 아쉬움이 남는 외교적 선택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한국의 군수산업의 생산능력과 함께 미국 정부의 압력을 한국 정부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세라는 정세 판단을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국익을 망각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압력을 피하거나 맞설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러 관계가 정상적으로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남북 통일이 된다면 우리의 종합국력도 지정학적 역량도 배가될 수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면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요즘의 한국 사회를 관망하면 나라가 망해 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설 때가 많다. 일정한 경제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수많은 미덕들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 과정에 대해 지나친 도덕적 완결성을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주자학적 역사관의 병폐를 되풀이 하는 것일뿐이다. 그것이 바로 공리공론의 ‘정윤론’에 다름 아닌 것이다. 오늘날 어느 영국인이 바이킹 오랑캐 노르만 왕조를 영국 제국주의의 원흉이라고 깎아내리며 폄하하는가? 영국의 國富(국부)의 일부는 수많은 약탈과 노략질 그리고 노예 무역을 통해 성취된 것이었다. 그것이 인간사, 인간 역사의 실체인 것이다.

역사는 현재를 비추어 바랄볼 수 있는 거울이다. 역사를 龜鑑(귀감)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거북 등껍질을 거울과 대칭으로 놓은 것은 龜甲(귀갑)에 占(점)을 치면서 點(점) 하나, 劃(획) 하나에 담겨진 계시의 의미를 대단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가 보이고 있는 여러 퇴행적 현상들이 바로 저 귀갑의 凶兆(흉조)를 豫示(예시)하는 점과 획이 가 아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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