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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字(적자)의 본질:Deficit Myth

by neofluctus 2023. 12. 28.

적자의 본질 Deficit Myth

여기서 赤字(적자)라는 개념과 Myth 즉 神話(신화)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가계든 기업이든 민간 부문의 경제 단위에서 적자는 항상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정부 재정에 있어서 그 적자의 의미는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처럼 읽힌다. 그래서, 1차적으로 신화란 의미는 재정적자에 대한 誤解(오해)를 의미한다. 또, 신화myth의 어원은 logos, 즉, 이성과 상충되는 ‘신의 뜻’이라는 奧義(오의)에서 기원한다고 한다. 따라서 왜 재정적자가 통념과는 달리 이 책의 분석대상인 미국경제에 이로운지 그 深意(심의)를 설명하고 주장하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신화이며 내용이다. 

우선 적자라는 개념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본질에 대해서, 즉 ‘돈’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 혹은 定義(정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 같다.일반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돈의 본질은 금,은과 같은 귀금속의 희소성에서 온다는 믿음myth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MMT(Modern Monetary Theory)는 chartalism이라고 하는 통화이론을 제시한다. 이 화폐이론은 20세기 초 독일의 경제학자 George Friedrich Knapp에 의해 처음 주장되었다. 그리고 케인즈가 그의 논문을 읽고 쓴 Treaties on Money에서 총수요 경제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제시한다. 

chartalism에서 말하는 화폐는 fiat money를 말한다. fiat money란 금 또는 은으로 태환되지 않지만 국가가 이것이 ‘돈’이라고 定(정)해 credit이 생기고 유통되는 돈을 말한다. 

미국 달러에는 In God We Trust라고 하는 모토가 인쇄되어 있다. 돈의 의미는 트러스트, 크레딧이라는 단어에 온전히 내포되어 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특징을 ‘추상적 개념’을 창조해내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인간 역사 속에서 대표적인 각각의 문명은 모두 종교라고 하는 추상적 신앙의 형태를 매개로 탄생한다. 종교, 이데올로기, 국가(민족국가;National State)와 같은 개념은 모두가 추상적이다. 예를 들어 ‘금’ 또는 ‘은’과 같은 귀금속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 역시 그것 자체의 사용 가치라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귀중한 금속이라는 의미에 동의하고 합의하는 데서 發源(발원)하는 힘에 의해서 화폐로서의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적자의 본질에 대한 오해는 아마도 전통적인 화폐경제학의 돈에 대한 서술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설명되는 화폐의 기원은 물물교환의 불편을 피하기 위해 발견 또는 고안되었다고 설명한다. 금본위제와 같이 실물 화폐를 사용하는 국제경제에서 어떤 나라의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면 금이 유출되어 금 보유고가 줄어들게 되고 그 나라 통화의 가치는 심각하게 흔들리며 환위험에 노출된다. 그러면, 이자율을 올려 금의 유출을 막으려 한다. 당연히, 고금리로 인해 경기 침체, 불황 등을 불러 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케인즈는 이런 사실을 발견하고 영국이 금본위 화폐제도를 시행하면서 망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미국은 1971년 브레튼 우즈 체제가 붕괴되기 전까지 금과 달러를 연동시키는 금태환 통화제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 등으로 인한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금태환을 폐지하게 된다. 앞 단락에서 간단히 언급했지만 실물화페 경제에서는 무역적자와 재정 또는 통화정책과의 연관성,즉, 정부의 살림과 민간의 회계원칙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돈을 찍어낼 수 있는 fiat money는 훨씬 정책운용의 융통성과 탄력성을 부여해 줄 수 있으며 경기의 순환과정에서 고통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진통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다만, 이 몰핀의 용량을 제약하는 한계는 오직 ‘인플레이션’이라는 스피드 리미트speed limit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저자 스테파니 켈튼은 민주당 상원 의원 버니 샌더스의 스탭으로 워싱턴에 입문했다. 그가 워싱턴에서 관찰한 결과,財政(재정)은 가계 또는 기업과 같이 주어진 예산에서의 지출이 아니라 지출이 선행한 뒤 세금과 차입으로 재정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재정운영 방식이었다고 말한다. (TAB)S;Tax and Borrowing,And Spending이 아니라 S(TAB); Spending And, Tax and Borrowing라고 파악한다. 일부에서는 버니 샌더스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지만, 그는 사회민주주의의 미국식 버전인 뉴딜리스트라고 봐야 한다. 당연히 미국 민주당의 적통 이념적 계승자라고 봐야 한다.

MMT이론은 사실, 20세기 뉴딜정책을 뒷받침했던 케인즈 이론의 21세기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켈튼은 현대통화이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수 없다고 누차 강조한다. 그리고, 미국,영국,일본,호주와 같이 통화정책의 자율성이 담보되는 일부 국가에서만 이런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경제이론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다양한 재정정책들은 모두 케인즈 혹은 현대통화이론에 입각한 정책들이 돈을 쏟아 붇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이 시의성을 가지는 것은 탈냉전 이후 불었던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지나갔기 때문일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대 미국 중산층의 삶은 상당히 피폐, 황폐해졌고 어떤 형태로든 그들의 삶의 조건을 재건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미국사회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국의 패권이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저력을 또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