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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컨넥션

by neofluctus 2024. 4. 14.

코스믹 컨넥션은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쓴 책이다. 미국에서 2000년에 출판되고 국내에서는 2019년에 번역되었다.

책의 구성은 3부로 구성되어 있지만 별의 일생을 다룬 마지막 별의 민족(starfolk)1, 2, 3을 포함하면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눌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목 코스믹 컨넥션이 의미하듯 이 책은 인간 이외의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의 관계connection라는 주제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코스모스를 읽었을 때의 그 감동, 감격을 잊을 수 없었고 이 책 역시 칼 세이건에 대한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그는 천체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 화학 등 모든 과학 영역에서 모두 뛰어난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렇게 대중들이 알기 쉽게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간 독서 대상이었던 역사와 사회과학의 시각을 훨씬 뛰어 넘는 고지에서 우리 인간 문제를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현재의 문제를 바라볼 때 또 다른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해 줄지도 모른다.

2부는 태양계 행성 탐사에 관한 내용이고 3부는 우리 태양계를 넘어 성간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하고 있다. 

행성 탐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가장 큰 학문은 생물학과 기상학이라고 한다. 지구 이외의 생명 가능성이 가장 큰 행성은 금성과 화성그리고 목성의 위성들이라고 과학자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금성과 화성이 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살고 있는대로 또 생명체가 없다면 없는대로 지구에서 생명 진화를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생명이 있다면 그 생태계를 파괴시키지 않고 보존하면서 지구의 식민지를 건설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60년대와 70년대는 소련을 중심으로 금성에 대한 탐사가 집중적으로 있었고(60년대, 70년대 미국과 소련의 과학자들 사이에는 우주가 공동의 깊은 관심사였고 상당히 활발한 교류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은 화성 탐사에 좀 더 집중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각각 행성의 자전 속도가 그 행성의 날씨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금성의 온난화 현상은 금성의 느린 자전 속도와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칼 세이건에 따르면 지구의 기후는 태양의 활동 변화, 지구의 세차 운동 그리고 지구의 지각(멘틀) 운동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테면, 태양의 흑점 활동의 주기적 변화가 엘 니뇨 등의 기상 현상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또, 지각의 이동은 1년에 2.5센티 미터씩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시대에 고려할 대상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또, 세차운동은 몇 만 년의 단위로 이동한다. 그렇다고 하면 지구의 기상 환경에 가장 직접적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은 태양 활동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빅뱅이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최초의 물질 원자는 수소와 헬륨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 기체들이 흩어져 군데군데 뭉치는 과정에서 핵융합이 일어난 덩어리가 별이 되고 그 정도의 밀도를 갖지 못한 작은 덩어리들은 행성으로 되는 것이다. 태양이 된 수소의 덩어리들은 내부로부터 수억에서 수십억 년간 핵융합 반응을 통해 헬륨, 산소, 탄소, 질소, 마그네슘, 네온, 철과 같은 주기율표 윗단의 원자들을 생성하게 되고 우주 밖으로 토해내게 된다. 이 1세대의 별들이 자신의 생명을 다하는 초신성supernova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면 그 별의 온도는 더욱 높아져 철을 금과 같은 새로운 원자들로 합성 변환시켜 우주로 퍼져 나가게 만든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연금술사는 태양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떠돌던 원소 원자들이 또 뭉쳐 새로운 별과 행성을 만든다. 그렇게 형성된 2세대 3세대의 별 중의 하나가 우리 태양이고 우리 태양계의 행성들이 되는 우주의 순환과 팽창이 거듭되는 것이다. 

지구는 그 덩치가 작아 지구의 중력으로는 수소와 헬륨을 붙잡아 둘 수가 없어 금속과 암석 중심의 행성이 되었다고 한다. 지구의 생명체는 모두 탄소 기반의 유기 물질에서에서 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동일한 생명의 기원을 갖는다고 한다. 지구에서 생명체가 출현하는 과정을 유추해 화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기도 한다. 

칼 세이건은 그 어떤 과학자보다 외계 생명체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그가 살던 시대 그리고 현재까지는 거의 현실성이 없는 얘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별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면 우주 저 너머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리라는 짐작은 거의 확증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별 사이의 물리적 거리 그리고 생명 탄생과 진화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엄청난 시간의 스케일을 고려하면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인간의 조우는 그렇게 확률적 가능성이 높은 사건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실제 외계에 인류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전파 망원경의 발명 이후였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은 인간이 우주를 향한 각성이 이루어진 유아기에 벌어진 일종의 稚氣(치기)와 같은 사건으로 置簿(치부)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스티븐 호킹스 박사는 이런 외계와의 접촉에 대해 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구(또 태양계) 너머 외계에의 탐험을 생각할 때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는 성공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별의 일생을 탄생과 성장, 노화 과정으로서의 중성자 별, 그리고 사멸의 과정으로서 블랙홀, 세 단계로 구분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칼 세이건은 별의 마지막 행로, 블랙홀은 거대한 중력으로 빛을 포함해 모든 것을 빨아 들이게 되는 데 그것은 시공을 넘은 새로운 우주 공간의 출입구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별 100개 당 하나의 블랙홀을 상정하면 그것이 일종의 우주 교통 시스템의 驛(역)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소로 인식한다. 블랙홀로 연결된 거대한 우주 문명권을 상상한다. 그 블랙홀 주변에는 현재 도시의 역세권과 같은 비즈니스 중심지로 개발이 되고 그 블랙홀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휴식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 등을 배치하는 우주 시대를 비전한다. 엄청난 상상력이다.

칼 세이건의 우주론에 따르면 이 우주는 사멸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순환 구조에 놓여있는 것처럼 보인다. 칼 세이건은 무신론자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이 웅장한 창작 또는 창조의 신비에 넋을 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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